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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일기

[나의일기] 갑자기 어른

by 독한 중독 2023. 7. 11.

일하다가 개발자분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인사만 나누는 정도의 사이였던 분이셨는데 금요일에 퇴사를 한다고 하셨다.

"오 축하드려요! " 라고 가볍게 인사치레만 했는데 갑자기 내 앞에 앉으시면서 그만두고 뭐해야할까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얘기를 나눠보니 그 분은 ROTC를 나온 후 대학원다니시다가 취업한 후 한 번도 쉰 적없이 달려와서 이게 정말 나를 위해 하는 일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약간은 충동적으로 회사를 그만 두시기로 했다는데 막상 쉬기로 하니까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고 걱정뿐이라고 나에게 얘기하셨다.

살면서 이렇게 계획없이 무언가를 그만 둔 것이 처음이라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까요? " 라고 물으시길래
"해외여행을 가보기도 하고 조금은 여유를 즐기며 쉬면서 그간 받았던 스트레스를 해소해보세요. 혹시 알아요? 그 일들로 인해 전환점이 생길 수도 있어요." 라고 했더니 나랑 얘기하니까 뭔가 고민이 없어지는 것 같다며 감사하다고 표현을 해주셨다.

많은 얘기가 오가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않지만
서른이 되면 서울에 집이 있고 멋진 차를 타고다닐꺼라 생각했던 20대 초반의 본인이 너무 풋풋했다며 웃으셨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밖에 안했는데 서른이라 아직도 자긴 학생같다고 느껴진다하고 말씀하셨지만 아마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을 것이다. 대화를 나누다가 얼마전에 읽었던 "어른아이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추천해줬다.

그 분은 바로 이직을 해서 돈을 버는게 맞는 것일까?
물어봤지만 난 그 질문에 맞는 대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돈은 내가 살기위한 수단일 뿐인데 나를 회사에 가둬놓고 스트레스로 자해해가며 살기위해 돈을 버는 것은 너무 슬픈지않나? 다들 왜 돈을 버는 이유를 잊어버리는지 모르겠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돈을 버는 것은 알겠지만 나 자신을 학대해가며 돈을 벌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든다.

예를들어 개발자들을 생각하면 대부분 취업하고 3년차인 28-29살에 급속도로 노화가 온다.
뭐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나랑 친한 사람을 예로 든 것이다. 그 친구는 25살에 대기업 개발자로 취직하게 되었고 3년만에 탈모가 심하게 왔다.
유전적 요인도 하나 없는 친구여서 더 마음이 아팠다.
그 친구는 결국 25살부터 모아온 돈으로 머리를 심었다. 돈을 많이 벌지만 그로 인해 스트레스받아서 나의 머리가 빠지고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다시 내 머리카락을 심어야한다니... 이게 무슨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이렇게 반복해야할까?
난 그친구한테 회사를 그만두고 너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행복하게 살기에도 짧은 인생 .
왜 나 자신을 학대하며 돈을 벌어야할까?
그렇다고 돈을 벌지않으면 생계에 위험할 수도 있으니
어느정도는 벌어야하고 그 어느정도의 수치를 말할 수 없으니 이 또한 모순된 말이다.

대화한 동안 많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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